오늘 우리는 사회에 희망이 없다는 말을 곧잘 한다. 실제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어느 부분을 보아도 희망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왜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까?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위한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모두가 인정하는 기본적인 상식을 뒤엎는 구조적인 불의와 부조리 때문에 그렇다.구조적인 불의와 부조리앞에서 한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많이 느끼게 되고, 그로인하여 지극히 나약한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절망하고 체념하게 된다. 그런 절망적이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희망의
해남에 내려와 변호사를 개업한지도 올해로 13년째다. 원래 해남이 고향이어서 중학교까지 이곳에서 다니다 고등학교시절부터는 줄곧 객지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삼십대 중반에 다시 해남에 내려와 변호사개업을 하게 되었다.중학교를 마치고 객지로 떠날 무렵에는 나이도 어리고 세상경험도 없어 해남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어떤 문화가 있는지에 대해서 사실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중년 이후 이곳에 직장을 갖고 살아오게 되면서 나름대로 해남문화의 특징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문화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회적인 현상이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해남 대흥사는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의 영정과 유품을 모셔둔 표충사(表忠祠)와 서산대사 부도가 있어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너무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선조 37년, 묘향산 원적암에서 세속 나이 85세 법랍 67세로 입적하시기 전에 대사께서는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기셨다. 부처님의 말씀을 적은 친필과 염주, 금란가사, 옥바리때 그릇 등을, 그 머나먼 묘향산에서 해남으로 옮기길 부탁했던 것이다. "내가 죽거든, 유품들을 조선의 남쪽 해남 대둔사에 가져다 모셔라. 대둔사는 삼재(물·불·바람 : 전쟁·전염병·기근)를 면할 수
새해부터 '해남광장' 필진이 바뀝니다. 김준태(시인,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정경일(변호사), 정춘자(두륜중 교사), 박준호(삼산 원진교회 목사) 씨가 새 필진으로 참여합니다.새로운 필진이 해남 지역 사회의 담론을 주도하고 다양한 삶의 현장을 글로 담아내 독자 여러분을 찾아 갈 것입니다.그동안 수고해주신 필자들에게 감사드리며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희망의 첫땅 해남!대한민국 땅끝 마을에서 희망찬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밑이다. 내게 쥐어진 것 하나 없음에도 참으로 분주하게 살아온 다사다난의 한 해였다.그러함에도 낮추며 양보하고 배려하며 내려놓는 부분에서 마음에 기쁨이 일었으니 감사하다. 지난 21일 교수신문이 201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倒行逆施(도행역시)'를 선정했다. '도행역시'는 춘추시대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등장하는 오자서와 그의 벗 신포서가 나눈 대화다.오자서가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 죽은 왕의 무덤을 파헤쳐
한 대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가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철도 민영화에 맞섰다고 하루아침에 수천 명이 직위해제 되고, 평생을 살아온 터전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해서 칠순, 팔순의 노인들이 음독을 하는 세상. '해고는 살인이다', '같이 살자'며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다 회사에서 내몰린 어려움에 스스로 목숨을 내 던진 사람들이 스물이 넘어도, 추모천막마저 맘대로 칠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은 안녕할 수 없다고, 당신들은 안녕하냐고 묻는 그의 질문에 여기저기서 응답이 이어지고 있다.유례없는 취
한 사나이가 넓은 벌판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방에서 사나운 불길이 일어났고, 그 사나이는 한 순간에 불 속에 포위되게 되었다. 때 마침 어디선가 미친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나 잡아먹을 듯이 덤벼들었다. 사나이는 급히 도망치다가 눈앞에 보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코끼리는 나무 위를 쳐다보면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사나이는 나무 가지에 얽혀있는 등나무 넝쿨이 크고 깊은 우물이 있는 아래쪽을 향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탈출하기 위해 힘을 다해 등나무 넝쿨을 잡고 조금씩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
해남만의 얘기는 아니다. 남해안 곳곳의 전승비 기념비 송덕비 등에 유난히 우뚝한 이 한 말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여덟 글자 얘기다.해남에도 진도에도 여수에도 있다. 몰라서 그렇지, 더 있을 것이다.꿈에도 잊을 수 없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육성이나 다름없는 말씀이다.이 지역의 가장 큰 깃발 중 하나다. 물론 '해남의 깃발'이기도 하고.가정법(假定法)이다. '若無~'는 '(만약) ~이 없다면(아니라면)'이라 새긴다. '是無~'는 앞 구절의 대구(對句) 즉 짝이다. '~도 없다(아니다)'의
1597년 명량대첩을 거둔 이순신장군은 고군산도까지 연해안 해상순시를 하고 다시 11월 17일 우수영에 입항한다. 그리고 나서 열흘 후 쓴 내용이다.양력 11월 26일(음력10월18일). 맑음바람이 자는 것 같았으나 우수사는 배를 출항할 수 없어 바깥 바다에서 잤다.강막지가 와서 알현했다. 임계형.임준영이 들어왔다. 일기의 내용으로 보아 416년 전 26일은 바람이 불었으나 날씨는 맑았다.2013년 11월 26일 역시 날씨가 좋았다.지리산 정상에 눈꽃이 피어오른 화요일에 공무원연수팀 86명을 인솔하여 '남도 이순신길'을 다녀왔다
나는 중학교 2학년 역사를 가르친다. 요즘에는 조선시대 신분을 가르치면서 양반과 상민계층을 설명한다. 양반은 관료계층으로 나라를 이끌었다.상민은 농, 공, 상업에 종사하면서 생산을 담당했다. 관료도 중요하겠지만, 세금을 부담하고 나라를 지키던 생산계층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였을 것이다.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상민을 지칭하는 말은 상민 보다는 상놈(쌍놈?)이 되었다. 아예 욕이 된 것이다.왜 그렇게 됐을까? 아이들에게 질문하다가 옛날 일이 생각났다.1980년대 말이니 지금으로부터 25년 쯤 전의 일이다. 시골에서 성장한 나는 고등학
시기가 시기인 만큼 주말마다 결혼식장 앞에는 인파가 가득하다.방금 식을 마치고 여행길에 오르는 커플, 대기실에서 긴장 된 표정으로 기다리는 커플….보기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끈끈한 부부의 인연을 맺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싱그럽고 예쁘다.8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부부가 된다는데…. 1겁(천상의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커다란 바위에 옷자락을 스쳐서 그 바위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만 해도 인간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수라면 8천겁의 인연 이라면 오죽 하랴. 그런 소중한 인
'깃발 날린다'고 한다. 날릴 깃발 있다면, 신나지! 쉬울까? 깃발 날리기 싫은 사람은 없다.새로운 시각, 창조경제, 이야기의 시대 등 말이 많다. 이제까지처럼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어떤 메시지는 사람을 초조하게 하기도 한다. 잘 살자고 하는 건데, 그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되겠는가? 좀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주위를 살펴보자.나비가 어디 함평 것이던가? 화사한 그 날개에 태극무늬와 동네 이름 찍혔던가? 나비를 먼저 잡아채 '내 것'이라고 깃발 올린 그 동네에 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 왔을까? 이제 와
가을 풍경이 맑고 그윽하다.그리하니 사람의 마음도 깨끗해지고 고요가 따른다.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이 지나면 곧바로 겨울로 접어든다는 입동(立冬)을 앞둔 절기에 농가월령가를 재음미 해본다.농가월령가는 한 해 동안 힘써야 할 농사일과 절기마다 알아두어 야 할 세시풍속 및 지켜야할 예의범절 등을 담았다. 월령체로 기록한 작품이기에 농촌에 뿌리를 둔 나로선 24절기 중 한 절기를 만날 때 마다 늘 새롭게 다가오는 노래이다.이 철의 월령가인 9월령을 들여다보면 「구월이라 계추(季秋) 되니 한로(寒露), 상강(霜降) 절기로다.제비는 돌아가
나는 전교조 조합원이다.1988년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후 이듬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결성될 때부터 나는 전교조 조합원이었다.해고의 칼날이 힘없는 선생의 모가지를 위협해대던 전교조 창립초기에 조합원 신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한 가지 이유로 해직교사가 되어 4년 반 동안 학교를 떠나 있었지만 조합원 신분을 놓은 적은 없었다.어찌 생각하면 교직생활 1년 반짜리 애송이 교사의 치기였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우리들은 권력의 시녀에서 벗어나 참교육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했다.1987년 교생실습을 나갔던 학교는 전두환 정권의 하수인
얼마 전에 도시에 나갈 일이 있어 모처럼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보았다.마침 주말이라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당연히 계산대에는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그런데 계산원 아주머니가 일이 서툰 듯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해 계산이 지연되자 내 바로 앞에 서 있던 젊은 여성이 들으라는 듯이 혀를 차며 "아 진짜, 짜증나네.여기는 매장관리를 어떻게 하는거야? 고객불만 접수창구 어딨어?" 하면서 대놓고 계산원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닌가!중년의 계산원 아주머니는 연신 붉어진 얼굴로 "죄송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만 되풀
군관민(軍官民)이란 말 기억하는 이는 필시 '어른'이다. '군인 먼저'라는 박정희 시절 자연스럽던 독재용어, 그가 가고 난 '신천지'에서 어느 순간 그 말은 민관군(民官軍)이 됐다.가장 중요한 조직은 뭔가? 그 순서는 중요도나 권력의 크기를 반영한다. '민관군'으로 국민이 관청과 군대를 앞섰다고 민초들의 존엄이 더 인정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세상은 변하는데 민관군보다 더 심각한 이 말의 순서는 아직 그대로다. 지덕체를 말함이다. 먼저 공부를 잘 해야 하고, 다음 어질어야(착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신체가 건강
단군조선의 건국을 기념하는 하늘이 열린 날 개천과 함께 상달이 시작 되었다. 상달이란 햇곡식을 신에게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 여겨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다.1년 중 가장 신성한 달로 여겨 속칭 음력 시월을 시월상달 또는 상월이라 부르지만 지금은 음력과 양력의 환산이 번거로워 양력 10월도 통념상 상달이라 부른다.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시월이면 제천의식을 거행하였는데, 한해의 농사가 끝나 하늘에 추수감사제를 지낼 수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고구려의 동맹, 예맥의 무천, 부여의 영고와 마한의 제천 그리고 고려의 팔관재도 시월에 있었다.민
'귤이 회수를 넘어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맛난 과일이라도 기후와 토질에 맞지 않으면 시금 털털 먹지 못할 열매가 된다는 말이다.해남 읍내의 두 중학교에서 일 년의 시차를 두고 작년과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교과교실제'라는 제도에 꼭 들어맞는 금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교과교실제가 무슨 제도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TV나 영화
무더웠던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해주고 있다. 절집 백구가 지난 7월 무더위 속에 새끼를 낳았었다. 두 달을 넘긴 시점에서 여덟 마리 중 일곱 마리를 분양하고 어미인 백구와 매우 흡사한 한 마리만을 남겼다. 문득 어미백구와 새끼인 보리가 절집 뜨락에서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니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두 사람이 기대고 있는 모습
유명한, 박 대통령도 즐겨 읽었다는, 중국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의 저서 '중국철학사'는 중국(철학)의 배경을 그리스와 같은 해양국과 대조되는 대륙국으로 설명했다. 공자와 맹자를 예로 들었다.'공자 말씀'인 '논어'에는 바다에 대한 말이 한 번밖에 없다. "이 세상에 도(道)가 실현되지 않으면 (나는) 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나겠다&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