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갠 해남의 공기는 청량하다. 멀리 들판은 약간 습기를 머금은 채 연무에 아스라이 꿈결같다. 비에 젖은 단풍이 마지막 빛깔을 아낌없이 드러내는데, 처연해서 아름답다. 해남에서 첫 가을이다.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해남의 풍광과 역사적 자원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틈나는 대로 여기저기 다녀보리란 생각이었다. 항상 그렇듯 맘대로 안된다. 편집국 작은 공간에 갇혀 모니터 들여다보는데 시간이 다 갔다.그래도 앞선 일요일 금쇄동을 다녀왔다. 고산제각에서 내려오는 길 걷는 맛이 여전히 생생하다. 동행한 후배도 해남사람으로 걷는 길이 좋아
FTA, 특히 중국과의 그 체결에 "해남은 다 죽겠다"는 반응이다. 이게 사실이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집단 재난이다. 그러나 대응은 거의 없다. 누군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리 없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어서 무감각해진 탓이다. 별 탈 없다고 믿는 구석도 뚜렷치 않다. 어느 독자위원이 FTA를 해남신문에서 지속적으로 분석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연한 주문이나 그리 간단치 않다. 국제 교역의 전방위 개방은 상당히 공부와 판단이 필요하다. 농어촌의 보조금과 복지혜택이 예전보다 낫다. 1차 산업 면세혜택이 적지 않다. 그간 피
한중 FTA가 타결됐다. 2004년 4월1일 최초의 한-칠레 FTA가 발효된지 10년이다. 그 사이 벌써 자유무역협정 발효만 9건이나 된다. 타결도 3건이다.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협상을 위해 준비 중인 것도 30여건에 달한다. 칠레와 협정을 맺을 때 과일을 중심으로, 미국과는 농축산물과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이 문제가 됐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중국과 FTA는 농수축산물 모두 직접 타격이 심대하리라 한다. 여러 곳이 시끄럽고,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준비도 없이 타결을 했냐고 정부를 질책 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10월31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유가족들은 이를 사실상 수용했다.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양상이 달라지게 됐다. 분노 등의 강렬한 감정이 가라앉으며 이성적 판단이 따를 것이다. 내 일일 수도 있었다는 막연한 공감은 내 주변을 살피는 구체성을 띠어갈 것이다.해남군민의 추모 열기와 노력은 경이로웠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해남에서 연대와 열기는 지칠 줄 몰랐다. 그 열정은 내집 앞 일이 아니어서 그 의미가 더 컸다. 소위 명망가들에 의해서도, 정치인들에 의해서도 아니었다. 보통 사는 사람들, 젊은이들, 아이 키우는 여성들이
행복이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가. 끝없는 물음이다. 그 근원을 감정이나 이성에 두든, 동양 또는 서양이든, 불교나 기독교든, 개인 혹은 사회든, 정치, 경제 모두 행복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느 경우나 나만이 행복하겠다는 탐욕으로부터 행복이 멀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하면서 서로 아무런 침탈 없이 산다면 그것이 극락이요, 천국이리라. 축재에 있어서 상위층 점유가 1%를 지나 0.몇 %를 향하고 있으니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9% 또는 99.몇 %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행복의 씨앗은 있다.이영배씨. 해남신문 독자위원이다.
해남군이 전복신품종센터를 추진하고 있는데 논란이 크다. 논란의 핵심은 외견상 부지문제다. 군은 일관되게 한사람이 소유한 토지에 집착을 하고 있다. 이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대체 안이 있을 수 있었다고 본다. 여기에 대해 해남신문은 그 전말이 어떻게 됐는지를 짚어보고 있다.우리가 이 논란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유는 부지문제가 아니다. 부지는 관광공사가 보유한 땅이든, 매립이 필요 없는 땅이든, 개인이 가진 땅이든 상관없다. 만일 이 센터를 유치해서 해남에 상당한 도움이 되면 좋고, 심지어 어느 개인이 땅을 잘 팔아서 이익을
해남신문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013년 전국내륙습지조사' 내용 중에서 해남 습지인 고천암호 일대의 생태환경 부분을 발췌해서 실었다. 해남의 간척지의 생태가 우수한 것으로 재확인 됐다고 일단 보도했다. 환경부의 국감자료인 지하수 수질검사 결과 중 해남의 조사 결과를 다른 조사 지역과 비교했다. 샘플조사이긴 하지만 해남의 지하수 절반가량이나 먹기에 부적합했다.이렇게 지난 호 1면을 환경기사로 채운 것은 단순히 해남지역 환경생태의 명암만을 보여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이 기사로부터 해남의 환경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계기로
해남에 대표축제가 없다는 말이 10월 들어 더 잦다. 소문이 짜한 축제가 주변에서 연일 열리니 자극이 됐을 법하다. 경제성 없고, 개성 없고, 역사문화적 뿌리도 없는 이벤트를 무리해서 개최하는데 나는 반대한다. 차라리 해당 지자체와 통 큰 협력을 통해 그 축제와 연계를 높이는 게 낫다.그런데 해남의 군소축제(?)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아! 대표축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축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문화 해남'으로 여길만한 소재가 많았다. 명량은 기왕에 주목을 받았다. 이미 치러진 김남주 문화제와 치러질 고산축전
'리멤버'를 정확히 말하면 '리멤버20140416'이다. 해남의 몇몇 사람들이 운영하는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의 한 이름이다. 평소 자기 일을 하면서 이곳저곳에 관심을 갖고 작게 활동하던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모여들었다. 리멤버는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고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밴드 밖에서 실행한다. 그런데 세월호 희생자 추모라는 목적 외에 이들의 소통방식과 의사결정 형태와 실행력에 주목을 한다. 해남도 많은 조직이나 단체, 모임이 있다. 그런데 이 리멤버는 기존 회합체와 상당히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어떤 사안이나
'지역이 희망이다' '민주주의는 풀뿌리(정치)에 기반한다' 이런 말들은 지방자치제도가 본격 도입한 이후 수없이 되뇌던 말이다. 잠시 지역균형발전이란 정책으로 나타났다. 또 분권운동이라는 정치적행위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수 십년 동안 이런 말들이 구호에 그쳤음을 질릴 만큼 보았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지방홀대를 며칠 전에도 새삼스레 확인했다. 이름도 긴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주간지선정사협의회,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지역신문 지원제도의 필요성과 지역신문 미래전략'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쉽게
폭식은 심리적으로 비정상상태에서 생긴다. 일반 의학적으로도 비만의 주요 원인이며 만병의 근원이라는게 정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랫배가 곧 인격이라고 했는데 이런 격세지감이 없다. 지금도 50대 이상은 여전히 잘 먹고, 그것도 많이 먹어야 좋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더라도 대체로 과체중이 문제고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는 믿음이 커지고 있다.폭식과 탐식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많다. 폭식에 대한 경계는 일찍이 종교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종교 발생 초기에는 도덕ㆍ윤리적 측면에서 강조됐고, 현대에 들어서는 생명존중사상이 스며
산이면 덕호리에 며칠 전부터 메뚜기 떼가 나타났다. 논의 벼나 기장, 억새 등을 집중적으로 갉아 먹어 피해가 커질까 조바심도 났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에서 즉각 반응했다. 수억 마리 또는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가 발생해 농작물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고 했다. 방제 때문에 죽은 메뚜기가 콘크리트 농로에 수북한 사진이 실감을 더했다. 덕호리 주민들 외에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놀람을 넘어 전율이 흐르기도 했을 것이다.종류에 대해서는 대체로 '군집형 풀무치'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전남대 생물학과 김종선교수는 "변이가 나타날 수 있지
군청이 8월말 까지 종량제봉투를 사용치 않은 쓰레기를 놔두기로 해서 화제다. 주민이 많이 모여 사는 읍을 중심으로 종량제봉투를 쓰지 않고 버리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 8월 더위 속에 쓰레기를 방치하자 읍내는 냄새나는 쓰레기 천지가 됐다.이번 달 해남신문 독자위원회에서도 단연 쓰레기가 관심사였다. 본때 보여서 버릇을 잡겠다고 하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다. 관광군이라고 자부하고, 마침 휴가철인데 해남의 이미지 손상이 크다고 했다. 지켜보았더니 어떤 사람이 태연히 쓰레기를 버리고 가더라는 고발도 있었다. 우선 치우고 강력한 단속
로마 교황청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방한 일정 중 국내 정치적인 상황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중요한 당면 사안에 대해 종교적, 영성적 언어로 발언을 피하지 않았다.교황의 신부로서 출신국에서 이력이나 청빈과 겸손, 교황이 된 뒤로 자본주의 폐해에 대한 비판적 발언 등 전향적이고 솔직한 태도가 이미 한국민에게 깊이 각인됐다. 서울시청광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일반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상 열기'에 가까울 만큼 열광적이었다. 카톨릭의 교세가 적지 않다지만 이는 종파를 떠나 그에
군의회가 8월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 제주도로 연수를 떠났다. 해남군 7대의회가 제243회 정례회 회기를 마친 뒤다. 아마도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의회활동 아닌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첫 행차겠다. 직원 10명을 대동했다. 연수 명목은 '의정활동 역량강화'이며 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에 진행을 위탁했다. 위탁기관의 연구소장과 전임교수로부터 의정활동의 전략전술, 본회의 질의방법, 조례안 작성방법, 의원의 역할과 지켜야 할 사항, 의원의 기본소양 등에 대해 6시간 강의를 듣는다. 이틀째와 사흘째 날 오후에는 지역특성화 사
해남이 가진 여러 자산 중 해남에 와서야 비로소 그 값을 정면으로 보게 된 때가 있다. 연정리 고분군과 자화상으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선생에 대해서다.해남신문이 4월부터 문화예술회관 3층 문화의 집에서 강좌를 열어왔다. 6월 강좌는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장의 '해남의 문화와 고인돌'이었다. 7월은 전남대 박구용 교수의 '상생, 협력, 소통'이 주제였는데 그 자리에서였다.조 관장은 연정리 고분군이 세계 최상의 고인돌 유적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 분포한 고인돌 상당수가 해남 등 남도에 있다. 연정리 고인돌은 그 수많은 고인돌 중 가
동식물의 생명체로서의 시작은 한 개의 세포에서 부터다. 생명의 신호를 절반만 가진 불완전 세포 하나에서 시작한다. 무성생식을 하거나 자기복제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극히 예외이다. 한 개의 정자와 난자는 염색체를 절반만 가진 채 상대를 찾아 결합하고 분열을 한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한 사회를 이룬 인류의 시작은 세포 하나. 이것으로부터 작은 것의 중요함, 평등의 사상이 이미 DNA처럼 그려져 있다. 또 애초 불완전체여서 상대와의 협력과 소통이 생명체의 본질 같다.이번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치단체나 의회가 시작되면서 공교롭게도
땅끝 이미지를 막연한 땅끝 전망대에서 새로운 생태공동체로 전환할 때가 됐다. 정부나 전남도가 오로지 해남에만 개발을 위해 모든 지원을 쏟아 부어줄 턱이 없다.그렇다고 당장 기적처럼 단기간에 상전벽해를 만들 내부적인 재간이나 힘도 없다. 고만고만한 이익을 위해 고만고만한 일을 벌이는 게 지겹지도 않을까. 땅끝의 단절이 가져다 준 생태우위의 기회를 땅끝의 이미지로 확실히 굳혀보면 어떨까 싶다.여기에는 친환경 농수축산산업 집중과 관련산업ㆍ시설 유치, 전남도비와 국비지원의 이에 대한 초점 맞추기, 마을공동체의 자치와 자립도 높이기가 관건으
좁은 국토인데 심리적 평면감은 더 좁다. 기지개를 펴면 사지가 바다 밖으로 나갈 것 같은 환시를 겪는다. 5시간이면 못 갈 데가 없어 시간감각으로도 좁다. 그나마 이름이 바다와 닿는 땅끝이니 좀 멀어 보인다. 멀리 있는 것은 떠나고 싶은 잠재 욕구인 유목적 희구를 불러들인다. 이런 점에서 땅끝은 중의적이다. 멀리 떨어진 낯선 곳, 그리고 저 너머 수평선이 주는 단절감이 오히려 새로운 시작의 포인트다.서울시민 대상조사에서 와본 사람, 와 보고 싶은 사람이 상당히 많다. 왜 오겠냐고 물었을 때 관광목적이라고 가장 많이 대답했다. 서울이
지리적으로 땅끝은 한반도 최남단 북위 34도 17분 21초인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이다. 하지만 땅끝은 해남 전체를 상징한다. 그러면서 땅끝은 막장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 한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무엇을 새롭게 시작한단 말인가. 군수도 '땅끝'에서 일부러 취임식을 했지만 아무 제시도 없었다.땅끝은 반대편 함경북도 은성과 대귀다. 은성이 있음으로써 땅끝이 있다. 그런데 분단이다. 국토순례 길을 땅끝에서 시작하면 반드시 분단의 현실을 통감하는 지점에 이르러 멈추게 된다. 여기서 땅끝은 통일과 숙명적으로 엮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