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새해 첫날을 일요일에 맞이한 계묘년(癸卯年)이 또다시 일요일에 역사의 한 켠으로 물러난다. 사흘 후면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첫날의 태양이 해남에서 용솟음친다.우리 조상은 삶의 터전인 한반도를 중국 대륙 중심으로 내려다보는 사대주의(事大主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힘없는 조그만 나라의 생존 전략이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치며 DNA로 체화됐다.역사는 때로 퇴보하지만 정반합(正反合)을 거치며 조금씩 진화를 거듭한다. 그 진화는 사고가 이끈다. 꽉 막힌 대륙을 올려다보는 시각은 전근대적이다. 이젠 확 뚫
27년 전, 14대 임기를 마친 고 이주일 국회의원이 본업인 코미디언으로 돌아가며 했던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여기(국회)에는 나보다 더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간다."16, 17대 총선(해남·진도선거구)에서 내리 당선된 고 이정일 전 국회의원은 생전에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여의도에 가보니 그 많은 국회의원 중 나라 걱정하는 애국자는 단 한 명도 없더라."해남·진도 총선(12, 13, 15대)에서 1승 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진도 출신 고 정시채 국회의원은 장관(농림부), 대학(
사자성어(四字成語)와 고사성어(故事成語)는 비슷한 듯하나 엄연히 다르다. 사자성어는 네 글자로 이뤄진 한자어라고 하지만 요즘엔 개념이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고사성어는 한자의 뜻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서 유래한 말이다.1990년대 정치판에서 만들어져 30년 가까이 유행어로 자리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는 순우리말(내, 남)과 영어(romance), 한자(不)가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사자성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한자어로 바꾼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202
12월 달력이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을 알려준다. 새해 벽두엔 으레 무슨 띠, 무슨 해를 생각하며 한 해를 시작하지만 마지막 달력 앞에 서면 가물가물하기는커녕 아예 한 줌의 기억마저 남지 않는다. '뭐였더라' 하며 찾아보니 2023년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이다.연말의 12월 달력, 연시의 1월 달력에 보름 간격으로 적힌 24절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추워진다. 어제(7일) 대설에 이어 다가오는 동지(22일), 소한(1월 6일), 대한(1월 20일)이라는 동장군(冬將軍)이 줄줄이 진격을 예고하는 듯하다. 동장군이라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곳곳에서 열린다. 해남에서도 예비 후보자들이 이미 마쳤거나 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4년 만에 찾아오는 총선의 계절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휴대폰에는 '출판기념회', '북 콘서트', '북 토크 콘서트' 등의 제목을 단 초청 문자메시지가 저 멀리 수도권에서도 수시로 들어온다. 이름만 간신히 알 정도이거나 처음 들어보는 인사가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 모를 일이다.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지만 묘한 기분으로 다가온다.출판기념회는 원래 작가가 자신의 책을 주제로 강연하고 질의응
해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기차에 대한 로망이 있다. 기차여행이 낭만으로 다가오지만 정작 고향에선 기차 구경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에는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인다는 속담이 어느 정도 적용된다.보성 득량이 고향으로 광주로 중학교 유학을 한 어느 친구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버스도 다니지 않던 벽촌에서 십리 길을 걸어 도착한 득량역에서 광주행 완행열차를 타야 했다. 화순 능주로 향하는 노선에는 꽤 경사진 구간이 있었던 모양이다. 전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곳에서는 기관차 힘이 달려 승객들이 내려 상당한 거리를 걸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통계청은 시군구에 신고된 여성 나이별(15~49세) 출생아 수를 해당 나이 전체 여성 인구 수(7월 1일 기준)로 나눈 값을 모두 더해 합계출산율을 산출한다.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나왔다. 이게 얼마나 인구절벽으로 가는 길인지 계산해보면 섬뜩하다. 남녀 100명이 결혼한 50쌍의 1세대 부모가 낳은 아이는 39명이다. 61명이 줄어든다. 2세대인 39명은 19쌍이고, 여기서 14명이 태어난다. 3세대인 14명은 또 7쌍이 결혼해 5명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채점하다 기절초풍했다는 내용이 오래전 인터넷 유머에 올라왔다. '곤충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 ( , , )이다, 괄호 안에 알맞은 단어를 쓰시오.' 어느 학생이 (죽, 는, 다)라고 적어냈다. 모든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구분되고 6개의 다리를 갖고 있다.흔히 지구를 '곤충의 행성'이라 한다. 인류의 출현을 400만 년 전으로 본다면 곤충은 이보다 100배나 긴 4억 년의 생존 역사를 갖고 있고, 이름이 있는 종류만 100만 종에 이른다. 이보다 훨씬 많은 200만 종의 곤충은 '이름 없는 벌레'로 살아간다. 전
'개나 소나'라는 관용적인 표현은 (적격 여부를 따질 것 없이)'아무나'라는 의미로 쓰인다. 개는 천하고 소는 귀한, 상반된 가치나 대접을 받는 두 동물을 빗대 생겨난 말이다.'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는 속담은 소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 말해준다. 지금은 기계화로 그 역할을 뺏겼다지만 살아서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죽어서는 고기와 가죽, 뿔 등 죄다 남겨주고 떠난다. 소똥은 거름이나 연료로 사용되고, 사골국을 좋아하는 탓에 뼈도 못 추린다. 그러니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소를 빗댄 속담이 넘쳐난다. '빈집에 소 들
10월의 달력은 숨 가쁘다. 국군의날을 시작으로 노인의 날, 개천절, 한글날, 체육의 날, 지방자치의 날 등 각종 기념일로 빼곡하다.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도 봇물 터진 듯하다. 올해는 추석 명절의 후광으로 개천절(3일)까지 이어지는 6일의 연휴 기간에 9월을 보내고 10월을 맞이했다. 인터넷에서는 2년 후인 2025년의 10월이 벌써 얘깃거리로 떠오른다. 그해는 금요일인 개천절을 시작으로 주말, 5~7일 추석 연휴, 8일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로 이어진다. 직장인들이 금요일인 10일에 휴가를 내면 10일간을 추석 연휴로 보낸다고
골프는 채(클럽)로 정지된 공을 쳐 홀에 넣는 운동이다. 각 홀의 마지막 코스인 그린(잔디를 짧게 깎은 구역)에 구멍을 낸 직경 108㎜의 홀에 공을 넣으면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를 끊어내는 느낌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실 홀의 직경을 108㎜(4.25인치)로 정한 데는 자주 허물어지는 홀에 손으로 공을 꺼낼 수 있는 최소 크기의 파이프를 꽂은 게 규칙으로 굳어졌다고 한다.골프처럼 기복이 심한 경기도 드물다. 잘 풀리지 않는 365가지 이유 가운데 마지막은 '이상하게 안 된다'이다. 골프가 어려운 게 죽어 있는 공(정지된 공)을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가 오늘부터 19일까지 7일간 해남을 비롯한 전남 일원에서 펼쳐진다.15년 만에 전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이 올해로 104회를 맞았으니 역산해보면 1회 대회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가 창설되고 '전조선 야구대회'가 중학단, 청년단 등 10개 팀이 참가해 치러진 게 전국체전의 출발점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입장료(소인 5전, 대인 10전)도 받았다. 예상보다 인기를 끌면서 당시로는 거액인 200원의 입장료 수입으로 체육회 빚을 갚고도 남았다고 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내년 4월 10일 치러지니 187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의 선거일은 공직선거법에서 수요일로 지정되어 있다. 교육감 선거도 '정당 추천을 할 수 없다'(지방교육자치법)는 규정을 빼고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준용한다. 내년 총선일도 물론 수요일이다.선거는 왜 수요일에 치러질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수요일을 뺀 나머지 요일은 연휴나 징검다리 연휴가 되어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일로 예정된 수요일의 전날이나 이튿날이 공휴일이면 다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흔히 지방자치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에 비유된다. 어느 하나가 온전하지 못하면 지방자치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30년이 넘는 역사의 지방자치를 싣고 달려온 수레바퀴가 낡은 틀에 갇히면 주민의 행복과 지역 발전이라는 목표도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상호 의존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지상 명령을 가슴에 새기고 따라야 한다.최근 해남군과 군의회의 행보는 삐걱거리는 수레바퀴가 연상된다. 지난주 열린 군의회 임시회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제2회 추경안 1110억 원 중 15%인
정유재란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의 관객 수는 1761만명에 달했다. 2014년 7월 개봉된 명량의 관객 수 1위 기록은 9년이 흐른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서비스)에 여전히 올라 있어 전 세계에서 명량을 본 사람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명량(鳴梁)은 물살이 빠르고 소리가 요란한 바닷목(좁은 물길)을 뜻하는 순우리말 울돌목을 한자로 옮긴 지명이다. 명량수로는 화원반도와 진도 군내 사이를 지나는 바닷길이다. 여기서 더 좁은 바닷길이 진도대교 부근의 명량해협이다. 명
60, 70년대 반공, 승공, 멸공으로 진화하며 점차 강도가 세진 구호가 산야를 뒤덮었다. 바위나 담벼락, 건물 등에 요란하게 나붙은 지금의 북한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일제 강점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반공은 이승만 정권을 떠받치는 이념으로 자리 잡았고,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혁명 공약에서 제1의 국시(國是)로 내걸었다. 국시는 조선시대 유학처럼 국가의 정책이나 이념 정도의 의미이다. 모든 국민은 '반공 국시'의 깃발 아래 60년대 말 반공의 노래, 70년대 초 승공의 노래, 70년대 중반 멸공의 횃불로 이어지는 노래를
지난달 국내 대학에서 활동하는 벤처기업이 'LK-99'라는 물질의 상온(常溫)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카이브'라는 온라인 논문 사이트에 올려놓았을 뿐인데도 관련 주식이 급등하고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LK-99가 가능하다면 에너지 산업에서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자연 상태의 온도와 압력에서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세상을 통째로 바꿔놓기 때문이다.물리학을 끌어들이자면 물질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유 전자의 흐름인 전류는 도체 내부의 원자와 끊임없이
'라떼의 꼰대'(나 때의 선생님)를 회상해본다. 중학 시절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가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30~40대의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종아리는 시퍼렇게 멍들어 며칠 동안 4층 교실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겨웠다. 부모님에게는 피멍 든 종아리를 숨겨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의 매'라고 여기고 원망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칠판의 수학 문제 풀이를 공책에 옮겨적지 않았다고 교탁으로 불려 나갔다. 주먹으로 가슴팍을 맞고 웅크리자 '개긴다'며 또다시 주먹이 날아왔다. 지금도 그를 선생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창단 1호이자 원년(1982년) 한국시리즈 우승구단이다. 1999년 구단명으로 바뀌기 이전에는 다른 구단과 달리 두산 계열사 동양맥주의 상품 이름인 'OB'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OB는 'Oriental Brewery(동양 양조장)'에서 따왔다. (사명을 바꾼 지금의 '오비맥주'는 외국계 회사에 매각됐다.) 'OB 상표'의 맥주는 예전 골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골프에서 OB(Out of Bounds)는 클럽으로 친 공이 규정된 코스의 밖으로 나가면서 벌타를 받
우리 선조들은 삼국시대부터 남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김을 먹었다고 하니 1500년 정도의 김 역사를 갖고 있다. 여느 나라보다 뿌리가 깊은 원조 국가인 셈이다.바다에 잠수해야 했던 김 채취가 양식으로 발전된 시기는 갈린다. 경상도지리지(1425년 편찬)에 경남 하동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로부터 약 260년 전, 즉 고려시대인 1100년대 중후반 한 할머니가 섬진강 하구에서 나무토막에 붙어있는 김을 보고 착안해 죽목(竹木·대와 나무)을 수중에 세워 키웠다고 한다.다른 하나는 전남도기념물(제113호)로 지정된 광양의 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