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고향집에는 어린시절 내내 나만의 전용화단이 있었다. 6.6㎡(2평) 정도의 작은 터에 돌멩이로 화단 테두리를 만들었다. 아메리칸골드·분꽂·박하·범부채·사사·국화가 전부였다. 참, 딱지라고 불렀던 잔대도 있었다.가끔 학교 화단에서 캐내 버린 꽃모종들을 종이에 싸서 10리길을 들고 와 심었다. 10리라 하면 콩과자 5원에 4개를 사서 아껴먹으면 올 수 있는 거리이고 5원하는 눈깔사탕 한 개를 물고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4월 5일 식목일마다 꽃을 심었지만 한두 달 지나면 까마득하게 잊고 대나무로 장난감 깎기, 딱지치기로 시간을 보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아파트 베란다 오동나무에 물이 오른다. 시골집 오동나무 아래에서 씨앗을 틔워 오동나무 화분을 키운 지도 5년이 다되어 간다. 현삼과의 오동나무 학명은 Paulownia coreana이다. 5~6월 연한 자주색의 꽃이 피고 동그란 열매가 10월에 열린다. 같은 과에 개오동, 벽오동, 참오동 등이 있다.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가구를 짜서 보냈다는 옛이야기는 속성수인데다 가구 재료로 좋았기 때문이다.우리 동네 오동나무는 광철네 과수원에 몇 그루 자생했다. 묘목을 캐와 유자과수원 옆에 심은 후 둘째 해
측백나무과인 노간주나무의 학명은 Juniperus rigida이다. 라틴어로 '향나무같이 생긴 단단한 재질의 나무'라는 뜻이다. 리기다소나무의 종명인 rigida도 같은 뜻이다.노간주나무는 남부지방의 곰솔숲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소나무류는 휘발성 물질을 뿜어내 진달래나 사스레피나무 등 몇 가지 나무 외에는 잘 자라지 않는다. 노간주는 나름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옛날 노간주나무는 소코뚜레 재료로 흔히 쓰였다. 노간주나무는 껍데기가 아주 잘 벗겨지고 벗겨진 나무표피도 매우 매끄럽다. 잘 휘어져서 조금만 불에 구워도 그
'치유숲', '피톤치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무가 편백나무이다. 측백나무과의 편백나무(Chamaecyparis obtusa)는 40미터까지 자라는 상록침엽대교목이다. 일본이 원산지이고 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조림수종으로 재배하였다. 최근에는 보령 등 중부지방까지 북방한계선이 올라가고 있다.편백나무는 피톤치드라는 천연항균물질이 많아 산림욕이나 아토피 치료에 많이 사용한다. 내수성이 강하고 물에 닿으면 고유의 향이 진하게 퍼져 일본에서는 '히노키'라 불리는 욕탕 재료로 쓰고 도마로 많이
차나무과의 사스레피나무(Eurya japonica)는 남부지방의 반 그늘진 곰솔숲, 바닷가에 서식하는 상록활엽관목이다.사스레피나무는 잎이 두껍고 무딘 톱니가 있다. 4월에 나뭇잎 겨드랑이 마다 작은 종을 닮은 연노란, 연녹색의 꽃이 핀다. 꽃에서 퀴퀴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 파리같은 곤충을 유인해 수분·수정을 한다. 꽃향기가 향기롭진 않지만 살균·진정효과는 매우 높다. 10월에 자줏빛이 도는 검은색의 둥근 열매가 맺어 겨울 내내 매달려 있다.민간에서는 잎과 줄기, 열매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10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시면
콩과 덩굴성식물인 칡(Pueraria thunbergiana)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 번식력이 뛰어나 나무꼭대기까지 뻗어 그늘지게 해서 죽게하기도한다.이런 골칫거리 임에도 칡은 오래전부터 식용하거나 갈근(葛根)이라는 약재로 귀하게 쓰였다.여름방학 때에는 미꾸라지를 잡아 파는 일이 가장 큰일이라면 겨울방학에 가장 많이 한 생산적인 일이 칡캐기 였다. 동네 가까이에 칡나무가 없어 10리 정도 걸어 달마산 아래까지 갔다. 김치만 넣은 김밥을 도시락에 담고 곡괭이와 낫, 호미를 들고 좁은 산길을 따라간다.돌밭 보다는 흙이 검고 주변에
동백나무 학명은 Camellia japonica이다. 최근 까멜리아정원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된다. 까멜리아는 동백의 학명이면서 영어 이름이다.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길을 잃은 여인)의 원작은 뒤마의 동백꽃부인이다. 동백꽃부인을 일본어로 번역한 제목이 춘희. 누구나 좋아하는 '축배의 노래'는 전쟁에서 승리해서도, 신을 찬양하는 노래도 그렇다고 큰 축제를 기뻐하는 위함도 아니다. 고급창녀 여주인공(prima donna)인 비올레타(춘희)를 꼬시기 위해 남자주인공 알프레도가 부르는 노래이다.그럼 김유정의 동백꽃은 또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과(Gingkoaceae)에 하나뿐인 나무로 학명은 Ginkgo biloba이다. 학명을 풀이 하면 긴난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잎(loba)의 끝이 두 갈래(bi)로 갈라지는 나무라는 뜻이다. 킹쿄(Gingko)는 린네가 은행의 일본어 발음 긴난(Ginnan)을 잘못 읽은 것이라 한다.중국이 원산지인 낙엽교목으로 생김새는 넓은 활엽수이지만 분류학상 나자식물 침엽수로 구분한다. 높이는 5~10m(용문사 은행나무는 42m, 50m에 달하는 나무도 있음)의 대교목 낙엽 침엽수인 셈이다.고향마을 지명이름에 아까시나무개, 산
운향과의 산초나무(Zanthoxylum schinifolium)와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는 생김새나 효능이 비슷한 낙엽활엽관목이다.초피나무 열매를 산초라고 불러 더욱 혼동되는 나무이다. 산초를 난도(거창)라 부르는 곳도 있고 지리산 주변에서는 젱피라 부르기도 한다. 한자로는 천초(川椒)라 쓴다. 초피나무는 종이 감소하고 있어 희귀멸종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감각적으로 두 나무는 느낌이 다르다. 산초나무는 여성스럽고 초피나무는 남성적이다. 산초나무는 잎 중앙에 무늬가 없고 여름에 꽃이 피고 꽃잎이 있으며 가시가
정금나무는 해남사투리와 나무이름이 일치하는 몇 안되는 나무 중의 하나이다.학명은 Vaccinium Oldhami로 속명 Oldhami는 채집가 Oldham 이름을 그대로 썼다. 원래 명명자는 보통 가장 뒤에 별도로 쓴다.정금나무는 한국 토종 블루베리이다. 종가리나무 라고도 부른다. 진달래과 산앵두니무속의 2~3m까지 크는 낙엽활엽대관목으로 우리나라 전 지역에 자생한다.꽃은 6∼7월에 피고 열매는 9∼10 월에 둥근 검은 갈색으로 익는다. 약간 신맛은 나지만 소띠기면서 항상 좋은 간식거리였다.정금나무의 열매에는 사과산과
유자의 향과 자태는 고고하기 그지없다. 유자는 운향과 상록교목으로 거의 4~5m까지 자란다. 학명은 Citrus junos, 꽃말은 '기쁜소식'이다.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상류로 탱자의 고사처럼 회수(淮水) 부근이 귤과 유자가 생육하기에 좋았나보다.통일신라 840년(문성왕 2)에 장보고가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심었다고 전해진다. 세종실록 31권에 의하면 1426년(세종 8) 2월 전라도와 경상도 해안가에 유자와 감자를 심게 한 기록이 있다.열매 또는 열매껍질을 등자피(橙子皮)라고 하여 약재로 쓴다. 비타민 C가 레몬
'운향과'로 학명이 Poncirus trifoliata인 탱자나무는 귤씨가 변한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자신의 특징과 매력을 가진 낙엽소교목이다. 가수 김흥국이 부른 호랑나비의 먹이식물이기도 하다.탱자는 유자와 귤에 비교되어 항상 평가절하 당했다. 이는 중국의 귤화위지(橘化爲枳)란 고사의 영향이기도 하다.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초나라 영왕이 제나라의 도둑을 잡아놓고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안영은 "귤나무는 회수(淮水, 화이허강) 남
밤나무의 학명은 '참나무과'의 Castanea crenata로 낙엽활엽교목이다. 일반 참나무속들과 다른 점은 잎이 상수리보다 쭈삣하고(피침형) 어린가지 일수록 푸른빛이 나면서 맨들맨들하다.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 암꽃 1~2개가 위에 수꽃 여러 송이가 아래에 핀다. 강한 놈만 씨를 뿌리라는 얘기다.밤나무는 알싸한 꽃냄새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6월 초여름에 온 천지를 덮은 밤꽃 냄새로 많은 여인네들이 힘들어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야릇하게 웃던 중학교 농업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우리나라는
해남사람들은 '물감자'라 한다. 해남 표준어로 고구마를 '감지', 감자를 '북감자'라 부른다. 물감자의 어원은 도대체 뭘까?첫째는 아주 달고 물렁한 고구마가 생산되어 물감지(물고구마)라 불렀을 수 있다. 둘째는 북쪽 추운지방에서 잘 자라는 감자를 따뜻한 해남에 심으면 포글포글한 맛이 없어지고 물렁해져 물감자라 했다고 추측된다.나는 물감지, 즉 '물고구마'가 맞는다고 본다. 해남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 비슷한 말투와 선한 눈빛, 여린 가슴…. 여러 가지로 물감자라
청미래덩굴(Smilax China)은 백합과의 낙엽 덩굴식물로 심장같이 생긴 손바닥만한 잎과 겨울에 잎이 떨어진 후 빨갛게 익은 열매가 특징이다.지역에 따라 맹감·명감·망개라고 부르기도 한다. 뿌리는 토복령(土茯笭)이라고 하여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며 관절을 이롭게 하고 매독, 임질, 악창, 수은 중독, 아토피, 감기, 신경통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청미래덩굴은 산귀래(山歸來)라는 이름의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어떤 한량이 성생활이 문란하여 매독에 걸려 아내에게 쫓겨났다. 산 속에 버려진 남편은 너무 배가 고파 나무뿌리를 캐 먹었
장미과 돌가시나무(Rosa wichuraiana)는 찔레나무(Rosa multiflora)와 같은 종으로 염해에 강해 남해안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포복성 덩굴식물이다. 잎이 반들반들하다고 '반들가시나무'라고도 한다.줄기는 1~3m로 길게 뻗고 찔레보다 가시가 많고 꼬부라졌다. 꽃은 5~6월에 가지 끝에 1~5개씩 백색으로 피고 매운 향기가 난다. 원형의 열매가 8~9월경에 빨갛게 익는다. 열매 끝에 암술대가 남아 있다.최근 해남군 송지면 어란에 있는 여낭터(어란 여인이 바다에 뛰어들어 죽은 낭떠러지)를 어렵게 어렵게 찾
뽕나무과의 낙엽소교목인 무화과나무(Ficus carica)는 한자로 無花果로 쓰고 꽃이 없는 과일이라 읽는다.실제로는 무화과나무도 꽃이 피는데 열매 안으로 피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난대림에 속하는 제주에도 무화과나무과의 천선과나무(Ficus Erecta)가 있다.무화과나무는 아시아 서부에서 지중해 연안에 걸쳐 자생한다.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심은 때는 일제강점기 이지만 조선 중종 때 간행된 '식물본초'에 꽃 없는 과일로 소개된 거로 보아 이 무렵 처음 들여왔다고 추정된다.우리나라 노지에서는 경남, 전남의 남해안지역,
옻나무과의 낙엽교목인 옻나무의 학명은 Rhus verniciflua이다. 4년생에서 10년생의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하얀 수액이 나오지만 공기중에 노출되면 암갈색으로 변한다. 이 옻칠로 목그릇이나 나전칠기 등을 칠하기도 하고 한옥의 기둥이 썩지 않도록 칠하기도 했다. 옻칠의 주성분은 우루시올로 옻 알레르기의 원인이 된다.어린잎은 데쳐 물에 담가 독성을 우려낸 후 나물로 먹거나 부침개를 해먹는다. 같은 옻나무과이지만 옻이 오르지 않는 붉나무는 입자루에 날개가 달려있고 가을에 붉게 물들어 구분이 쉽다. 붉나무는 광나무처럼 소금을 얻는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은 국토면적의 64%(637만ha), 이중 참나무류가 28%를 차지해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숲을 대표한다.그러나 '참나무'라는 종은 없다. 참나무류는 상수리·신갈·떡갈·굴참·졸참·갈참·가시나무·너도밤나무·모밀잣밤나무·밤나무 등의 종이름을 총칭하는 속(Quercus) 명이다.전통적으로 우리가 불러왔던 참나무는 상수리, 신갈, 떡갈, 굴참, 졸참, 갈참 등의 낙엽활엽수를 의미하고 그 참나무류에서 열리는 열매를 총칭하여 '도토리'라 부른다.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낙엽
10리의 반절인 5리(약 2km)마다 심은 나무가 오리나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그런데 오리나무를 5리마다 심을 만한 특별함이 없고 거의 흔적도 없을뿐더러 물가나 저습지에 자라는 나무라 길가는 적지도 아니다.오리나무의 라틴어 속명 Alnus의 어원은 '새의 날개'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물새의 대표격인 오리의 어근이 올히의 '올'이므로 Alnus는 이름 그대로 오리가 서식하는 환경에서 잘자라는 나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시말해 오리나무는 5리마다 심었다거나 오리를 닮았다는 뜻이라기 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