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 사무실에서 격무(激務, げきむ[개끼무])가 아닌 '고된 일'에 시달리실 때, 간식(間食, かんしょく[간쇽]) 드시지 말고 '새참'이나 '군음식' 으로 '주전부리'하시고, 그래도 심심함이 가시지 않으면 가까운 친구를 맥줏집으로 불러 내, 히야시(冷やし, ひやし[히야시]) 아닌 찬 맥주 한 잔을 따라, 맥주잔 위에 있는 기포(氣泡, きほう[기호우])는 다 버리고 거품만 적당히 남겨, 건포도(乾葡萄, ほしぶどう[호시부도우]) 대신 '마른 포도'를 안주 삼아
우리말은 경어법이 발달한 언어이다. 공손하게 존대어를 쓰다보면 행동거지가 조신해지고 마음도 따라 점잖게 예의를 차리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깍듯해서 좋은 존댓말일지라도 지나친 공대어는 듣기 거북하다. 더구나 존댓말을 사람에게 쓰지 않고 물건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어머니 약을 타려고 약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 꼬리를 잇는다. "그냥 털어 드시면 되는 약이시구요. 약값은 2500원 되세요.", "약값은 만 오백 원 나오셨습니다.", "이 파스는 얇아서 잘 붙으세요. 아대(보호대)가 좀 비싸세요."
해남에서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군민 모두가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 코로나19가 감히 접근을 못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마저 검토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라서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개인위생을 잘 지켜도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날씨가 무덥고,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피로감도 커져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
코로나19가 워낙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 없다보니 경제가 얼어붙었다. 경제가 돌지 않으니 국민 소득이 줄고, 그에 따라 지출도 줄이니, 소상공인은 죽을 맛이다.그래서 정부에서 소비시장을 살리고자 긴급재난지원기금을 온 국민에게 지급했다. 이 돈은 저축하라고 주는 게 아니다. 당장 펑펑 쓰라고 주는 돈이다. 그렇게 돈이 시장에서 돌아야 시장경제가 간신히 숨을 이어갈 수 있다. 이렇게라도 소상공인이 살아 있어야 코로나19를 물리친 뒤 경제를 살릴 수 있다.저축은 '절약하여 모아 둠'이라는 뜻의 이름씨(명사)다. 이를 움직씨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고자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온 국민에게 지급했고, 이 돈으로 돼지고기를 사먹는 국민들이 늘어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돼지를 키우는 축산농가에는 좋은 일이지만,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사먹는 시민들에게는 꼭 좋은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여럿 울리고 있다.자연의 섭리에 따라 동물이건 식물이건 암수가 구분되어 있다. 마땅히 돼지도 '암 돼지'와 '수 돼지'가 따로 있는데, 각각 암퇘지와 수퇘지로 써야 바르다.우리말 표준어 규정에 보면, 암수를 따지
코로나19로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고 있지만, 좋은 점은 딱 하나 있는 것 같다. 바로 자연이 맑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하늘에 별도 더 보이고, 낮에 보는 하늘도 더 푸른 것 같다.요즘같이 맑고 푸른 하늘의 색을 보고 '소라색'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라는 갈색이나 어두운 청색의 소라 껍데기 색깔이 아니라, 일본말 そらいろ(소라이로)에서 온 말이다. 한자로는 '소라'가 빌 공(空) 자이고, '이로'가 빛 색(色) 자다. 일본에서는 'そら色'이라 쓴다. 이를 별 생각없이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말이다. 지구상에 있는 식물 70%를 곤충이 수정해주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꿀벌에 의존한다. 따라서 꿀벌이 사라지면 과일은 물론 식량 자원도 줄게 돼 지구는 인류가 살 수 없는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봄에 꽃이 피니 벌들이 꿀을 모으느라 한창이다. 벌들이 여기저기 꽃을 쫓아다니며 달콤한 꿀을 모으고, 그러는 틈에 벌의 다리에 수정할 꽃가루를 묻혀 암꽃으로 옮겨준다. 자연은 그렇게 벌을 이용해서 식물을 수정시킨다. 벌은
며칠 전에 새로운 국회의원 300명이 결정되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금배지를 가슴에 달았기에, 앞으로 4년 동안 그분들은 높은 신분과 큰 권력을 누릴 수 있다.우리는 그런 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두고 "기라성 같다"고 한다. '기라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 해놓고, '신분이 높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이 말은 일본말이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きらきら'(기라기라)라고
해남에는 해남공룡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이 세워진 곳은 익룡·공룡·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이 한 지역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하나 뿐인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 발자국(20~35cm)이 있고, 지금으로부터 약 8300만 년 전에 생성된 물갈퀴 달린 새 발자국 화석도 있다. 신선한 바닷바람을 쏘이며 공룡 발자국을 직접 볼 수 있는 곳, 바로 우항리에 있는 해남공룡박물관이다.흔히 '발자국 소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추억의 발자국 소리, 한밤중에 들리는 조용한 발자국 소리 등. 그러나 발자국은 흔적이라서 소리가
며칠 전 인터넷으로 해남김치를 좀 샀다. 해남배추는 추운 겨울을 밭에서 지내며 얼다 녹다를 반복했기에,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 해남배추에 신선한 국내산 농산물만 쓴 천연양념으로 담근 해남김치는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절로 난다. 그 가운데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총각김치이다.총각김치는 손가락 굵기의 어린 무를 무청째 담근 김치다. 그런데 왜 하필 '총각김치'일까.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를 '홀아비김치'라고 하니 알 듯싶다가도, '처녀김치'는 없으니 아리송하다.총각은 한자
지난 연말 중국에서 생겨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만만치 않다. 오죽하면 1939년에 터진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힘든 시기라는말이 나올까. 손 씻기 등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유지를 철저하게 지키며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야 하리라.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 국민이 나서서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애쓰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대중집회 등 밀접하게 접촉하는 짓을 서슴없이 한다고 한다.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나쁜 행동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코로나19도 힘들지만, 그런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짜증이 더 힘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났고, 오늘은 춘분이다. 이제 봄이다. 하지만 아직 이른 봄이어서 '꽃샘바람', 살 속을 기어드는 맵고 찬 '소소리바람'이나 '살바람'이 분다. 그래도 머지않아 그 바람은 보드랍고 화창한 '명지바람(명주바람)'과 솔솔 부는 '실바람'에 밀릴 것이다. 이렇게 봄에 부는 바람들은 모두 남쪽에서 불어오는 '마파람'이다. 해남에서 전국으로 봄바람을 밀어준다.이른 봄, 이맘때쯤 오는 추위를 '꽃샘추위'
봄이다. 여기저기 새싹이 돋아 꽃들이 '마실' 나오고, 꽃 '내음'도 진동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마실'은 표준어가 아니었다. '마실'이 아니라 '마을'이 맞고, '내음'이 아니라 '냄새'가 바른 말이었다. 그러나 마을과 마실, 냄새와 내음은 분명 말맛이 다르기에, 현실 언어를 반영하여 '마실'과 '내음'을 표준어로 올렸다. 이렇게 사전은 언어가 사용되는 현실을 수시로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표
며칠 전에 해남 하나로마트에 들렀더니 상품 포장하는 곳에 종이 상자가 별로 안 보인다. 환경을 보호하고자 재활용이 안 되는 폐기물 사용을 줄이자는 뜻에서 연초부터 대형마트에서 자율 포장대를 없앴는데, 하나로마트는 차마 없애지는 못하고 점점 줄여가는 것 같다. 정부는 매년 마트 포장대에서 사용되는 658만톤의 테이프와 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니, 되도록이면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면서 쓰레기 줄이는 일에 함께하는 게 좋겠다.요즘은 커피를 마시러 가도 내 컵을 가지고 가면 조금 깎아 준다. 종이컵 비용을 빼주기도 하고,
작년 말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무섭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국제 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한 만큼, 각자 개인위생을 잘 지켜서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을 씻고, 마스크를 꼭 차는 등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 손을 씻기 어려우면 알코올 손 세정제로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규칙적인 운동으로 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로하지 않아야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
지난 1월 해남군 인구는 70,212명이었다. 작년에 매월 100명 정도 인구가 줄었던 것을 보면, 두 달 뒤인 3월쯤에 7만 명 선이 무너질 것 같다. 인구가 주는 것이 해남군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농촌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해남군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고자 산모와 신생아 도우미 지원 사업, 미숙아 의료비 지원 사업, 신생아 양육비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전남 최초로 공공산후조리원 개원, 셋째 이상 건강보험료 및 기저귀 값 지원, 임신부 무료 초음파 검진 등 수많은 정책을 펴며 출산을 유도하고 있다.
언젠가 '에누리' 이야기를 했다. '에누리'라는 낱말에는 물건 값을 올려 부른다는 뜻도 있고, 그 물건 값을 내리고자 깎는 일이라는 정 반대의 뜻이 같이 있다. 또, 말할 때 뻥을 튀기며 말 하는 것도 '에누리'이고, 엄살 부리면서 말하는 것도 '에누리'이다. 이처럼 한 낱말에 서로 반대되는 뜻을 지닌 낱말이 '빚쟁이'이다.'빚쟁이'는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을 뜻하는 '빚' 뒤에, 그것을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을 뜻하는 뒷가지
예나 지금이나 고천암을 자주 지나친다. 고천암은 철새가 많이 찾고, 근처에 갈대도 많아 해넘이 풍경이 멋진 곳이다. 언제 봐도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분위가가 난다.낭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 라고 풀어놨다. 그 낭만을 한자로는 파도 랑(浪) 자에 넘쳐흐를 만(漫) 자를 쓴다. 이렇게 낱말 뜻과 한자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낭만'은 프랑스어 Romance를 일본 사람들이 비슷한 발음
설을 맞아 어머니와 함께 해남 장에 들러 제수용품을 샀다. 전통시장을 찾는 맛은 역시 '흥정하는 맛'이다. 어머니는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냐며 좀 깎아달라고 하고, 아주머니는 에누리가 하나도 없어서 깎아줄 수 없다고 한다. 두 분 다 '에누리' 라고 하신다.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에누리'를 찾아보면 크게 네 가지 뜻이 나온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게 "물건 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 또는 그 물건값" 이다. '이건 에누리가 없는 정가이다.' 라고 쓸 수 있다.다음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있다. 2016년부터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다녀간다. 전주가 이렇게 관광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에는 최명희라는 작가가 있었다.'魂불'의 작가 최명희는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대를 전주에서 나왔다. 일찍이 학창시절부터 전국의 백일장을 휩쓸면서 탁월한 감성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은 그는 1981년에 동아일보가 창간 60주년 기념으로 공모한 장편소설 모집에 '혼불'이 당선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1996년 12월에 전 5부 10권으로 집